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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레스 백업

풀무질 글쓰기 모임 161104 : 화-2016년 11월 08일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침에 근무교대를 하고 침을 맞기 위하여 한의원으로 향하였다. 출근 시간이 지났지만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되니 옆 사람과 부대끼는 일이 생겼다. 그러다 노량진 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탑승을 하게 되어 내가 뒤로 밀렸다. 그런데 뒤에 있던 남성이 “뭐야” 하면서 나를 밀쳤다. 순간 내 가슴 밑에서 욱하는 기운이 올라왔다. 그 기운을 참지 못하고 나도 어깨에 힘을 주며 그를 밀쳤다. 서로 기분이 나빠진 상태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여 나란히 서게 되었다. 나는 눈에 힘을 주고 그를 보았다. 그도 나를 보았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병신”이라고 하면서 비웃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그냥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마음 속에서는 참지 말라고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무서워서 꼬리를 말은 개와 같다는 소리도 들렸다. 나의 가슴은 빠르게 뛰면서 진정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한 번 더 나에게 뭐라고 하거나 육체적 행동을 했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았을 것 같았다. 그러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있다가 도착 역에서 내렸다. 그를 다시 쳐다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그를 보게 되었을 때 내가 참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까 두려워 빨리 걸었다. 내가 걱정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의원으로 가면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침을 맞고 나설 때에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잊을 수 있을거라는 나의 바람은 늦은 저녁 괜히 욱해지면서 깨졌다. 그 때 내가 이렇게 해야 했는데, 나도 같이 욕을 하면서 대응 했어야 했는데, 참지 말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어야 했는데 등등 여러 가지 경우가 떠올랐다. 동시에 “병신”이라고 말하던 그의 얼굴이 다시 생각났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난 “병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한 가슴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한 말은 다시 내 귀로 들어와 속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미 지난 일에 집착을 하게 되니 정작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잘 참고서 늦은 밤 홀로 분을 다스리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게 여겨졌다.

난 무기력함을 느꼈다. 내가 주도적으로 참은 게 아니라서 말이다. 그저 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피했을 뿐이다. 마음 속에 일어나는 화를 다스려 참은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 자괴감이 든 것이다. 잠들기 전까지도 그가 나에게 한 “병신”이라는 말이 머리 속에서 계속 울렸다.

2016년 11월 04일 풀무질 글쓰기 모임 발표글입니다.